휴게실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고발한 다큐 비슷한 영화가 뉴스 거리인가 봅니다.
출장을 자주 다녀서 전국에 여러 음식을 먹어 보기도 하고,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 가보기도 했습니다.
저의 부모님들은 맛벌이를 하셔서 집에서 먹는 밥은 주로 한번에 많이 끓여서 여러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았습니다.
커다란 들통에 담긴 카레에 대한 생각은 아마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미역국, 소뼈를 고은 곰국, 여러번 끓여서 짠 소금국이 된 된장국 등등.....
그러다 장가를 갔는데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내의 음식은 상당히 단백하고 슴슴한 것이 내 입맛에는 썩 괜찮았습니다.
남자들끼리 하는 말 중에 '엄마가 해주었던 반찬' 이야기는 사실 저한테는 별로 해당이 없었습니다. 저의 어머니께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언론에 나오는 맛집......
거기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릴때 집에서 먹던 그 맛'
도대체 그 어릴때 그맛이 뭔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어릴때 생각이 나긴 하지만 그건 동생들 몰래 혼자 먹던 사이다 정도 입니다.
저의 시골집은 전남 담양입니다.
전라도는 다른건 몰라도 음식에 대해서 만큼은 상당히 예민하고 까다롭습니다.
이웃집에서 음식 한접시 가져오면 절대 그냥 고맙게 생각하고 먹기만 하지 않습니다.
이 음식은 원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 집것은 잘 되었느니.... (그게 잘 만들어 졌기 때문에 이웃에 자랑삼아 주는 것입니다. 실패한 음식은 절대 내 놓지 않습니다.) 옛날에 누구네 집에 갔는데 그 집것은 별로 였다느니.....
어릴때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가면 거기에 또 어릴때 맛이 있습니다.
산에서 주워온 잔가지들을 태워서 가마솥에 해먹던 음식들이 그 것 입니다.
가마솥에 지은 밥에는 나무 냄새가 배어 있어서 독특한 향이 납니다.
찌개를 끓일때에는 아궁이 속에 잔불을 꺼내 거기에 냄비를 올립니다.
그 숫불에 남비속 찌개거리는 금방 끓어 오르던 기억이 납니다.
또 불이 약해지면 손으로 돌리던 풀무가 있었습니다. 제법 바람이 세차게 일어나서 불이 금방 살아나곤 했었습니다.
부엌 찬장 속에는 그 유명한 '미원'이 있었습니다.
'그거 째~까 씩만 넣어야 혀....'
할머니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그 깡촌에 때때로 그 미원이 떨어지지 않게 공짜로 주고가던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문득 생각이 났는데 요즘 정원아 정원아 하면서 광고하던 그 회사, 고향의 맛 어쩌구 하던 또 다른 회사들이 내 놓는 광고 카피가 그게 어제 오늘 만들어 진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릴때 이미 우리 입맛은 고향에서 부터 '미원'으로 길들여 진 것입니다.
그러니 매일 맛집에 나오는 그 집들에서 어릴적 먹어본,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그 맛 타령이 솔직히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