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디자인을 살펴보는 첫 순서로는 런던올림픽 브랜딩에 앞장 서온 세 가지 요소인 로고, 마스코트, 픽토그램을 소개합니다.

런던올림픽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적 디자인입니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www.london2012.com), SomeOne(www.someoneinlondon.com)

논란의 기하학적 형태, 올림픽 공식 로고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런던올림픽의 공식 로고. 영국의 디자인컨설팅 회사 울프 올린스(Wolff Olins)가 고안한 이 로고는 올림픽 개최연도인 ‘2012’, 네 개의 숫자를 기하학적으로 재조합한 조금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2007년 발표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조잡하다는 의견에서 나치 심볼을 상징한다는 의견까지, 새로운 올림픽 로고는 대중들에게 이해되지 못하고,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아야 했습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80%가 디자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소리쳤고, 수 많은 사람들이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논란이 되었던 것일까. 그 배경에는 올림픽 로고에 대한 울프 올린스의 접근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총괄했던 울프 올린스의 칼 하이젤먼(Karl Heiselman) 대표는 개최 도시를 상징하거나 스포츠, 화합의 의미를 담았던 기존의 올림픽 로고와는 접근 자체를 달리했습니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올림픽도 이미 두 번이나 경험했던 런던을 다시금 로고를 통해 상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또한 2000년대 이후로 젊은층 위주로 점차 인기가 시들어가던 올림픽에 스포츠 정신보다는 관심을 되돌리는 것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올림픽 로고 스타일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여야만 했습니다.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킬만한.

하이젤먼은 보다 보편적인 가치에 주목하는 것으로 접근했습니다. 나이, 국적, 언어에 상관없이 전세계인 누구나 즉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형태, 특히 젊은층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는 곧 뉴레이브 스타일(new rave style)의 파격적인 형태로 드러났고, 결국 비난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영국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한 모양에 갖가지 이유를 대며 대중들이 등을 돌린 것. 그러나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선 새로운 시도라는 창의성과 도전에 점수를 주었고, 어느 한 나라, 혹은 동양이나 서양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그 모든 비난을 안고서라도 이 로고 디자인을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또한 이번 공식로고는 어떤 것이든 담을 수 있는 열린 개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외곽 형태만 정해진 채, 그 안은 다양한 표현의 첨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누구든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로고에 담긴 의미들은 런던올림픽이 단지 영국을 위한 행사가 아닌 지구촌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조직위원회의 브랜드 목표와도 상통했고, 5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여론도 상당히 우호적으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4년전 올림픽의 로고, 혹은 마스코트를 보고 베이징올림픽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흔치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하이젤먼의 로고를 보고 런던올림픽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하고 많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하이젤먼과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갖고 있는 바램 중 하나입니다.

귀여운 외눈박이 몬스터, 웬록과 맨드빌

런던올림픽 2012의 마스코트는 ‘웬록(Wenlock)’과 ‘맨드빌(Mandeville)’ 로 웬록은 하계올림픽을 맨드빌은 장애인올림픽을 상징합니다. 두 이름은 모두 올림픽의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웬록은 영국 중서부에 위치한 ‘슈롭서(shropshire)’ 지역의 ‘머치 웬록(much wenlock)’이라는 마을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피에르 쿠베르텡(Pierre de Coubertin,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이 이곳에서 열리던 고대 그리스 올림픽을 모티브로 한 경기를 본 것이 근대 올림픽이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맨드빌은 영국 중남부 버킹엄셔(buckinghamshire)에 위치한 ‘스토크 맨드빌(Stoke Mandeville)’ 병원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1948년 런던올림픽이 열리던 그때, 맨드빌 병원의 루트비히 구트만(Ludwig Guttmann)소장이 척수장애자 26명을 데리고 경기를 열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지금의 장애인올림픽이 된 것입니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아이리스(Iris)에서 디자인한 웬록과 맨드빌은 귀여운 외눈박이 몬스터의 모습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눈은 카메라 렌즈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렌즈를 통해 올림픽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둘 다 올림픽 스타디움의 사용된 강철재질로 입혀진 유선형의 매끈한 몸매를 뽐냅니다. 몸통에는 각각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머리 위에는 런던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런던택시의 전통적 라이트를 달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디테일에서는 둘의 차이가 있다. 먼저 웬록의 머리는 올림픽 스타디움 지붕의 모습을 띄고 있으며, 손목에는 우정을 상징하는 다섯 컬러의 올림픽 팔찌를 차고 있습니다. 몸을 덮은 컬러는 올림픽 메달인 금, 은, 동의 혼합으로 이뤄집니다. 이와 달리 푸른 빛깔이 온 몸을 휘감고 있는 맨드빌은 마치 헬멧처럼 보이는 머리 형태와 기록측정장치를 손목에 찬 모습이 특징입니다.

앞서 말한 로고처럼 이들 마스코트 역시 동물이나 개최국의 전통적 캐릭터를 활용했던 이전 관례를 벗어난 독특한 시도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 개발에만 2년 정도 걸린 작업으로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한 목적이 엿보이는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실루엣, 경기종목 픽토그램

로고와 마스코트 외에 올림픽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경기종목 픽토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픽토그램은 올림픽에서 경기와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사인, 티켓, 각종 안내표시판, 기념품 등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런던의 디자인회사 썸원(SomeOne.)이 선보인 이번 런던올림픽 경기종목 픽토그램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뉩니다. 실루엣 버전과 흑백버전입니다. 흑백버전은 픽토그램의 정보전달 역할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기존 올림픽 경기종목 픽토그램과 비교해 크게 차별화를 보이진 않습니다. 이에 반해 실루엣 버전은 런던올림픽만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내놓은 것입니다. 런던 지하철 노선도가 모티브가 된 실루엣 버전은 선적인 요소로 경기의 역동적인 느낌을 한껏 살린 모습입니다. 썸원은 실루엣 버전을 내놓은 것에 대해 올림픽 로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연한 활용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원색의 선으로만 구성된 스케치적인 표현으로 포스터나 배너, 기타 편집물 등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디자인정글 (http://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