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순간적으로 멋있는 대사가 가슴까지 들릴 때가 있죠. 내가 만약 그 입장이 되었을 때 과연 어떻게 말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주절주절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도 피곤하게 쓸데 없이 길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짧고 명료하지만 제대로, 가능하다면 강력하게 상대방에게 나의 뜻이 전달된다면 좋겠지요.

영화 대사가 관객들에게 말하는 것이라면 보석 같은 명대사는 가뭄의 단비처럼 오래도록 가슴을 적셔 줍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참으로 동화 같은 영화입니다. 특히 초콜릿 공장의 사장으로 나오는 조니 뎁을 좋아합니다. 가위 손에서 처음 보았습니다만 슬리피 할로우에서 어리숙한 형사로 나왔을 때, 매우 잔인한 장면에서 조니 뎁이 연신 “Interesting. Interesting.” 이라고 여러 번 읊조리는 모습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다시 떠 올려 보아도 조니 뎁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힘든 연출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은 세계 각국으로 초콜릿을 판매하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입니다. 어느 날 공장의 사장인 윌리 웡카는 수 많은 초콜릿 중 5개에 황금 티켓을 넣고, 이 황금 티켓을 찾은 사람은 그때까지 출입이 금지된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에 초대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황금 티켓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주인공인 찰리가 당연이(?)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러나 매우 가난한 찰리는 가족을 위해 황금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합니다. 이런 기특한 찰리에게 할아버지의 대사는 명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단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찍어내고 있지.
하지만 이 티켓은 전 세계에서 5장 밖엔 없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 티켓의 주인이 되고 싶어하지.
바보만이 그 티켓을 흔해빠진 돈하고 바꿀 게다.
너 바보냐?”

“아뇨, 할아버지.”

짧은 말이지만 손자의 진짜 생각을 일깨우면서 아울러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훌륭한 설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요하지 않고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 설득한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만일 할아버지가 "집 걱정은 말고 다녀 와라." 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면 주인공을 정말 집 걱정하지 않는 못된 아이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슬리피 할로우

우리 집사람이 이런 영화를 매우 싫어합니다. 어둡고, 온통 회색이고, 피가 튀기고, 괴기스럽고. 저도 이런 영화는 싫어하지만 그냥 괴기 영화처럼 잔인하기만 한 영화가 아니고 조니 뎁이 나왔고 해서 보았습니다. 그러다 후반 부에 나오는 대사가 참으로 멋지게 들렸습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짜 맞추어 적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악마가 덕으로 위장할 때가 제일 위험하지.”

이 대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실제로 겪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 앞에서는 언제나 생글생글 좋은 말만 하지만 제가 없는 곳에서는 제 욕을 하고, 다른 사람과 이간질하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세상 반대쪽 말도 들리는데, 하물며 좋은 회사겠습니까. 나중에 모두 들통이 나고, 저만 당하는 일이 아니어서 결국 저도 알게됩니다. 이후에도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생글생글한 그 얼굴을 보면, … 쯥.

여러분에게는 이런 악마가 주위에 없기를 바랍니다. ^^

엘리펀트맨

실존 인물로 만들어진 영화라서 더욱 놀랬던 “코끼리라 불리는 사나이” 영화는 어렸을 때 보았는데, 처음에는 공포물인줄 알았습니다. 구미호도 못 보는 제가 어떻게 그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됩니다.

오래 전에 보았을 때에는 의사 부인과 대화하던 엘리펀트맨이 자신의 엄마 사진을 보여 주면서, 기구한 삶을 준 어머니에게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며 어머니를 한 없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말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이 깊었습니다. 의사 부인도 그 말에, 흉측한 껍데기 안에 있는 착한 천사의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 기억 때문에 최근에 다시 보았는데, 요즘 눈이 높아져서 인지 예전 같은 느낌은 없네요. 대신에 사람의 욕심 때문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 엘리펀트맨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구해줍니다. 그 사람들이 엘리펀트맨을 배에 태워 주면서 행운을 아래와 같은 대사로 빌어 줍니다.

“행운을 비네. 우리 같은 사람은 행운이 따라줘야 해”

만일 저 같으면 “행운을 빌어”, “잘 가~” 정도였을 텐데, 같은 행운이라도 너는 특이한 존재가 아니고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뜻을 간결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엘리펀트맨이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자신은 코끼리가 아니고 사람이라고 외치는 것을 보면, 이전까지 엘리펀트맨에게 친절을 베픈 것은 동정이었을지 모르지만, 진정 사람처럼 대해 준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그 어려운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터미네이터 1

터미네이터하면 “I’ll be back.” 이죠. 또 “I’ll be back.” 하면 터미네이터 2의 명대사로 대부분 말씀하시는데, 저는 터미네이터 1에서 경찰관에게 얘기한 “I’ll be back.” 이 기억납니다. TV를 보면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마 미리 보았다면 김이 팍 세었을 부분입니다. 때로 이런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스포일러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다행이 터미네이터 1을 아무 정보 없이 보았는데, 사라 코너를 잡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 간 터미네이터가 경찰관에게 "I'll be back." 이라고 말합니다. 뭐 별로 특이할 것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돌아 가는 구나 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 장면 때문이었죠. 그러니까 그 장면이 …., 못 보신 분을 위해 말하지 않겠습니다. ^^

친절한 금자씨

짧지만 매우 강한 느낌을 주는 대사라면 역시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 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지만 너무 유명한(?) 대사라서 여러 곳에서 들어 알고 있습니다. 참 묘한 느낌으로 상대방을 놀리는 듯, 비아냥 거리는 듯 하면서 아무 말 못하게 하는 강한 포스를 느끼게 합니다. 여하튼 듣는 입장에서는 결코 즐거운 말이 아니라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억에는 남아서, 집 사람이 처음 해 보는 반찬을 맛 보라는데, 장난으로 “너나 드세요.” 했다가 반 죽었습니다.

영화는 미래를 보는 창이라고 하죠. 가슴에 남는 명 대사를, 실 생활에 잘 응용하신다면 천냥 빛도 갚을 수 있을 거에요. 저처럼 엉뚱하게 실수하지 마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