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
2011년 12월, 도쿄에도 예외 없이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트리를 장식한 오너먼트에는 유독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소망의 트리에 모인 정성과 따뜻함을 나누는「유니세프 소망의 트리 프로젝트」의 전시가 1월 13일부터 2월 5일까지 도쿄 미드타운 디자인 허브에서
열렸다.
글 | 박현정 일본통신원(kyoun.p@gmail.com)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크리스마스에 맞추어 일본 전역에서는 재해 지역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자는 뜻에서「소망의 트리」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유니세프와 일본
디자인 JAGDA가 주관하는 「소망의 트리 (祈りのツリー)」프로젝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진행되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장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의 대명사인 루돌프와 부츠, 트리, 트리의 오너먼트 형태인 방울과 보금자리를
뜻하는 집. 이렇게 다섯 가지의 기본 오너먼트 중 하나를 골라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200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온,
오프라인의 ‘소망의 트리’에 장식되어 전시했고 구입도 가능했다.
참여 디자이너는 모집을 통해 구성되었다. 크레이에티브 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사토 카시와 (佐藤 可士和)나 사노 켄지로(佐野 研二郎), 모리모토 치에 (森本千絵)를 비롯해 2000여 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이들은 5개의 오너먼트를 개성 있는 ‘단 하나의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의 참가도 가능했다. 오너먼트 제작 워크숍도 함께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오너먼트를 선택하고 디자인해서 전송하면 온라인상에 자신이 만든 오너먼트로 장식된 트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참여는 기부로도 이어져, 하나의 오너먼트를 장식할 때마다 10엔(약 150원)의 금액이 어린이들에게 기부되었다. 이에 1675명의 온라인 참가도 함께 이루어졌다.
이 프로젝트의 수익금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겪은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모인 후원금을 전달할 뿐 아니라, 피해지에 찾아가
워크샵을 열어 직접 아이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보느냐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동안 피해지역의 사람들이 겪어내야 할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으리라. 자원봉사나
기부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의 뜻은 피해지역의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만드는 워크샵의 기회나 소망의 트리로 전해졌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이 번졌다.
크리스마스가 겹친12월 연말연시 시즌을 맞이하여, 이러한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언제까지 힘겨워 할 수만은 없는 피해지역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또 가깝게는 일본인, 넓게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모두의 소망을 담은 트리를 만드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수익금을 기부하면서 디자이너도, 작품을 감상하거나 참여하는 일반 시민들도, 피해지역 사람들에게도 디자인이 밝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 협회 (JAGDA)의 디자이너 후쿠시마 오사무 (福島治)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디자이너와 일반 시민들의 열기가 더해져 긴자에 모여 있는 일본의 대형 백화점들이 뜻을 모아 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개최했다는 점도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는 사회가 디자인에 대해 기대하는 가능성과 디자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디자인의 개념이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로 확장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더욱 기뻐했다.
1200개의 오너먼트를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도움의 손길과
디자인이 가진 힘이 만나는 소망의 트리가, 약 10개월 전 재해로 무너진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의 시작은
조금 더 힘차고 따뜻한 것 같다. 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소망의 트리 (祈りのツリー) 홈페이지 http://inoritr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