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변화하는 한국의 소형 제품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소형 가구나 가전제품의 생산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1, 2인 가구의 등장과 함께 소형 주거공간이 각광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제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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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은 국내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가구 전문 업체 중의 하나이다. 이들이 2010년 런칭한 ‘샘(SAM)’ 시리즈는 이제까지의 가구와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온라인으로만 가구를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가구는 직접 눈으로 보고, 제품의 크기나 느낌 등을 체크한 후에 구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익숙한 20~30대에게는 온라인에서 가구를 사는 일이 낯설지가 않은 점을 생각해 온라인 판매 전용 가구를 개발했다. 또한 연령대에 따른 라인업의 변화를 주었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샘 베딩과 샘 리빙 제품은 모듈형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옷장, 서랍장, 선반 등 필요에 따라 직접 디자인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조립형 가구와 다른 점은 정해진 모양 없이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틈새 옷장 등의 제품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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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대우 일렉트로닉스의 ‘드럼세탁기 미니’의 변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벽걸이형 드럼세탁기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디자인은 기존의 드럼 세탁기를 따르되 필요한 부분만을 드러내서, 제품의 미니멀함을 살렸다. 기존 세탁기의 용량이 15kg대인데 반해, 3kg의 저용량 이라는 점과 세탁 시간은 60% 감소되고, 물 사용량은 80% 이상 감소시켜 주는 제품이다. 일반 통돌이형 세탁기나, 드럼 세탁기 등 모양이나 크기가 크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였다. 이렇듯, 공간의 변화가 가지고 온 일상생활의 변화는 가구나 가전제품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가구 공간을 대신하다

 

소형 주거 공간은 삶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작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 제품들은 여러 가지 기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고,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도 자유롭다.003.jpg
주방 가구 전문 업체인 넵스가 선보인 ‘맘스 오피스(Mom’s office)’는 주방과 오피스의 경계를 없애는 다기능 가구이다. 전기 토브를 이용해 음식을 하고, 넓은 테이블 공간은 식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는 인출식 전기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어 활용성을 더욱 높혔다. 제품의 이름처럼, 주방 일과 업무를 함께 볼 수 있게 하면서, 부엌과 오피스의 공간을 하나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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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와는 다르게 자연스러운 공간의 이동이 가능한 콤팩트 가구가 있다. 일본의 아틀리에 OPA의 건축가구(Kenchikukagu)는 처음에는 가구가 아니라, 각기 다른 크기의 캐비닛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 상자를 열어보면, 안에 가구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침대, 책상, 싱크대 등 꼭 필요한 용도만을 묶어 놓은 이 패키지는 공간 활용뿐만 아니라,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재치가 숨어 있다. ‘건축 가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구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어 가구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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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박스(Deskbox)는 깔끔한 선반이나, 서랍장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손으로 선반을 잡아당기는 순간, 책상으로 변한다. 사용방법이 간단하면서, 큰 부피를 차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화이트와 베이지, 네모를 깔끔하게 반으로 자른 형태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놓아두어도 손색이 없다006.jpg .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의 경우, 샤워부스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좁은 화장실 안에 세탁기나 세면대가 있을 경우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더 좁아진다. 화장실의 경우, 세면대나 양변기 때문에 공간을 자유롭게 바꿔주는 것도 어렵다.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공간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가구이다. 얼핏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샤워부스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리문을 벽에 붙여 놓을 수 있어 부피를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또한 유리문은 거울의 기능도 하고 있어, 실용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욕실 가구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소형 가구와 주택이 점점 증가하면서, 디자인 가구와 제품들 역시 증가할 것이다. 지금 소개한 제품들은 단순히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이거나, 아이디어가 빛나는 제품이라는 점 말고도 앞으로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리빙 디자인 제품들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 제품들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리빙 디자인의 새로운 모습을 살펴보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디자인 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