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거리에 넘쳐나고 있는 커피전문점들.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마저 딴나라 얘기인양 우후죽순 늘어만 나던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도 이제 서서히 과포화 상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먼저 들게 되는 지금의 시장상황에서 보리음료 ‘맥콜’로 유명한 일화가 새로운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론칭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아무리 대기업일지라도 더 이상 커피전문점이 성공을 답보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터. 과연 어떤 무기와 차별화를 가지고 도전장을 내밀었는지, 삼청동에 자리한 일화의 커피전문점 카페 코나퀸즈(café KONA QUEENS)를 만나보자.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SWBK(http://www.swb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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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의 커피전문점 사업 진출의 시작이자 성공 여부를 가늠하게 될 카페 코나퀸즈 1호점은 삼청로 삼청파출소 건너편에 자리한다. 파일럿 매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번 1호점은 3층 구조의 연면적 210㎡, 약 80석 규모로 SWBK(대표 : 이석우, 송봉규)가 전반적인 디자인에 참여했다. SWBK는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Matter&Matter)로도 잘 알려진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카페 코나퀸즈는 브랜드 컨셉에서 공간 디자인까지 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카페 코나퀸즈는 일반적인 커피전문점과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따로 사오는 것이 아닌 직접 재배한 원두를 사용하여 로스팅 한다는 것이다. 이 원두는 일화가 소유한 하와이 빅 아일랜드(Big Island)의 농장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이곳에서 기르고, 수확한 원두가 서울의 매장으로 공수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커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와 함께 세계 3대 커피로 일컬어지는 하와이안 코나로 카페 코나퀸즈라는 이름은 바로 이 커피명에서 이어졌다. SWBK는 이러한 카페 코나퀸즈의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From Farm to Café’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기존 커피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위한 브랜드 전략뿐만 아니라 공간디자인의 주요 스토리로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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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BK는 하와이 농장의 풍경을 서울로 옮겨 카페 공간에 스며들게 하려 했다. 그곳에서 보았던 다양한 모습들을 차용하여 도심 속 농장으로써 카페 코나퀸즈의 브랜드 컨셉을 더욱 확고히 보여주려 한 의도였다. 카페에 들어서 공간을 들여다보면 농장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장면들을 곳곳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SWBK가 특히나 신경을 쓴 연출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농장 창고를 여는 커다란 문이고 다른 하나는 농장 인부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던 긴 테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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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농장 창고 문의 경우, SWBK는 전면 파사드를 활용하여 최대한 실제 느낌을 살리려 했지만 계획대로 완성되지는 못했다. 외부와의 단절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도중에 디자인이 수정된 것. 지금은 1층에만 농장 창고 문의 이미지가 적용되어 있는 상태다. 이와 달리 긴 테이블은 SWBK의 초기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상태로 놓여져 있다. 공간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 테이블을 제작하기 위해 SWBK는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1:1 목업까지 만들어가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사실 공간디자인에서 이렇게 가구를 1:1 목업으로 만들어 미리 그 느낌을 살펴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쉽게 시도되는 테이블 구성은 아니기에 미리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었던 이유도 있었고, 가구나 산업디자인을 주로 하던 SWBK였기에 아무래도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랐던 이유도 있었다. 그들은 공간이 완성되고, 그 안에 가구를 채워 넣는 개념이 아니라 공간, 가구, 조명, 디스플레이 등 모든 요소들이 함께 완성되어가는 개념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종이접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독특한 형태의 조명 역시 기성품이 아니라 그들의 브랜드인 매터앤매터에서 카페 코나퀸즈만을 위한 형태로 따로 제작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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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코나퀸즈 공간의 특징을 하나 더 말하자면,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조화다. 카페 코나퀸즈는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기존의 낡은 건물의 모습이 공간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다. 벽면을 도색 할 때, 낡은 벽의 모습을 일정부분 일부러 남겨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연출은 공사 과정에서 SWBK의 즉흥적 판단으로 진행된 것으로 그들은 모던함과 시간의 흐름을 머금은 오래된 멋이 공존하는 풍경을 공간에 펼쳐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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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은 지금도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그 공간들은 일정한 매뉴얼이라도 있는 듯 어느 정도 비슷한 공간구성과 디자인으로 꾸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WBK라는 젊은 디자이너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카페 코나퀸즈. 브랜딩에서 공간 디자인까지 차별화를 위한 그들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 사뭇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