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10월 마지막 주 주말, 서울 올림픽공원에서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이 개최된다. 가을에 즐기는 음악 피크닉, 실천적인 환경보호 ‘eARTh 캠페인’,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 등을 통해 여러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다. 크고 작은 페스티벌들이 엇비슷한 진행과 행사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GMF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해 나가고 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민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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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GMF가 처음 열리던 때만 해도,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많지 않았을뿐더러 그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일본의 섬머소닉 페스티벌이나 2006년 시작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처럼 한여름에 열리는 록 페스티벌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GMF는 처음 시작부터 이와 다른 컨셉을 설정했다. ‘자유와 열정’보다 ‘도시적인 청량함과 세련됨의 여유’를 내세웠고, 정통 록 음악보다는 주로 어쿠스틱 음악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공간의 분위기나 느낌 역시 다르게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형 페스티벌에 타깃이 따로 존재하지 않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정통 록 장르에는 젊은 남자 관객이, 어쿠스틱 음악은 젊은 여성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는다. GMF에 남자보다 여자 관객이 더 많은 것도 이러한 컨셉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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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뿐 아니라 공간 역시 GMF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지산 록페스티벌의 이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자라섬 국제재즈의 자라섬 등 유명 페스티벌에는 그에 따른 상징적인 장소가 함께한다. GMF가 열리는 올림픽공원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편리한 교통편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도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공원 특유의 한적한 느낌은 소풍과 휴식이라는 페스티벌의 분위기가 함께 공존한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단풍들과 88호수 수변 무대의 풍경 역시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공간과 페스티벌을 동일시하게 됨으로써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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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의 이러한 차별성 전략은 바로 이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다. 페스티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eARTh 캠페인도 그중 하나이다. 참여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주축이 된 이 활동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며 끝난 뒤에 자리를 함께 정돈하자는 것이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GMF에서는 이것을 페스티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로 선택함으로써 관객이 함께 참여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와 함께 출연하는 모든 아티스트가 주인공이라는 컨셉을 내세운 아티스트들의 개별 포스터는 공연이 끝난 직후 모두 사라져버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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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만해도 70여 팀에 이른다. 이들의 음악과 공연 스타일에 따라 6곳의 스테이지에서 나뉜다. 올림픽공원 내의 다양한 공간들을 사용한다. 88 잔디 마당의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Mint Breeze stage)는 '잔디밭에서 즐기는 기분 좋은 음악 피크닉'을 주제로 피크닉존과 스탠딩존에서 모두 무대를 즐길 수 있다. 무대의 규모나 수용 인원 역시 가장 크다. SK 핸드볼 경기장을 무대로 하는 클럽 미드나잇 선셋((Club Midnight Sunset)의 경우 실내라는 특성을 살린 비주얼과 조명의 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올해 올림픽홀에서 첫선을 보이는 홀 오브 페임(Hall of Fame)은 오랜 활동 기간과 역사를 갖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헤드라이너로 선정해, 그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밴드들이 함께 출연한다. 이외에도 어쿠스틱 기반의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이 열리는 88호수 수변무대의 러빙 포레스트 가든(Loving Forest Garden)과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의 맞은편에 자리해 소규모 무대를 펼치는 카페 블로썸 하우스(cafe Blossom House), GMF 관객뿐 아니라 시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버스킹 무대인 버스킹 인 더 파크(Busking In The Park)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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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GMF를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느낄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혹은 협업을 통해 선보이는 프로젝트들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GMF에서는 공연을 즐긴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GMF’를 즐긴다’는 경험을 전하고 있다. 트램폴린과 미끄럼틀, 동물 인형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들은 비록 크지 않지만, 즐거움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렇듯 GMF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관객들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경험일 것이다. 이 부분을 채우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공연과 컨셉, 공간과 무대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6회를 맞은 이 축제에는 GMF의 마니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GMF는 음악 페스티벌의 그리 길지 않은 한국에서, 고유의 브랜드를 갖고 6년의 시간을 함께 해왔다. 새로운 요소들을 추가하고 또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GMF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