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스마트폰 시장에 있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 중 하나가 애플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이러한 애플의 영향력은 애플 제품이 가진 매력에 열광하는 사용자 덕분일 것이다. 어떤 사용자는 애플이 가진 브랜드에, 어떤 사용자는 애플이 제공하는 혁신성에, 또 다른 이들은 애플이 가진 중요한 가치인 디자인에 대하여 열광하는 팬이 된다. 이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애플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용자 경험과 관련된 디자인의 매력때문에 기꺼이 애플의 팬이 되었다.
특히, 애플의 디자인은 사용자들에게 매력을 주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GUI, UI, UX 관련 많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참고자료 이기도 하고, 넘어서야 할 벽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래픽 디자인 역사에 있어 중요한 혁신이기도 하다. 또한, OS 기준으로 양분된 모바일 시장에서 하나의 축인 아이폰의 디자인에 대한 작은 움직임들조차 디자인 업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달 외신과 국내 뉴스를 장식했던 스콧 폴스톨의 사임과 관련되어 애플의 디자인에 크던 작던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2회에 걸쳐 스콧 폴스톨의 사임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면서 아이폰의 UI, UX 디자인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만들어져 왔는지 알아 보고, 앞으로의 애플의 디자인이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 지 예측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에디터 | 정승호 객원기자 (inchica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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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 애플의 인사 이동 관련 뉴스 중 가장 관심이 쏠렸던 부분은 스콧 폴스톨(Scott Forstall, 이하 스콧 폴스톨)의 사임에 있었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오랫동안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으며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 개발 수석 부사장이였던 그가 2013년 애플을 떠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의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들이 많은 눈길을 끌었다.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당시, 애플을 이끌던 주요 임원들 중 iOS 개발 수석 부사장이던 스콧 폴스톨이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혁신을 계속 이끌 것으로 주목 했다. 언론들은 스티브 잡스와 가장 비슷한 업무 스타일 등을 들며 스콧 폴스톨에게 미니 잡스(Mini jobs) 라는 호칭을 주기도 했다. 이런 그가 사퇴한 배경에는 새롭게 서비스된 애플맵의 실패 등이 언급되었지만 디자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fastcodesign.com 등에서 언급한 내용이었다.

스캇 폴스톨은 일관되게 스큐어 몰피즘(Skeuomorphism)을 기반으로 UI 디자인을 이끌어 왔는데 이에 대한 여러 불만들이 내부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되어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사퇴하게 된 배경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1. 스큐어 몰픽이란 무엇인가?

그럼 스콧 폴스톨의 사임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되는 스큐어 몰피즘은 무엇일까? 스큐어 몰프(Skeuomorph) 란 고대 그리스어로 도구라는 뜻의 Skeuos,(vessel or tool) 와 형상 이라는 morphe 의 합성어로 도구들의 형상적 특징들을 그대로 복제 한다는 뜻이 된다.

스큐어 몰프(Skeuomorph) 라는 개념이 낯설긴 하지만 개념을 확대해서 볼 경우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에서처럼 자동차에서 나무의 결을 살린 인테리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실제 나무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에 전사 방식을 통해 실제의 나무가 가지는 나이테 등을 복제해 사용하여 운전자에게 심리적인 편안함이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 물리적인 관점에서의 스큐어 몰프의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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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에서 스큐어 몰프의 경우, 실제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닌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요소로서의 인터페이스로 1997년 IBM 에서 이미 “Realthings”라는 프로젝트에서 UI 방법론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


2. 아이폰의 UI 와 스큐어몰픽

그렇다면 iOS 에서 적용된 스큐어 몰프는 어떠할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그림3) 에서 볼 수 있는 iBOOk 어플리케이션의 인터페이스다. 세대간, 문화적인 인식 차이가 거의 없이, 책이 있는 공간적 메타포로써, 나무로 만들어진 책장에 나무의 형상적인 특징인 결을 디테일하게 살려 화면상에 구성하고 각 파일(책)이 마치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책장에 보관 되어 있는 것처럼 사용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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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데이트된 iOS6 에서도 스큐어 몰픽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에서 좌측은 브라운사의 릴테이프 레코더, 모델명 TG 60 으로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제품이다. 이 릴테이프 레코더의 기계적인 특징과 구조, 그리고 디자인적 디테일을 우측에서와 같이 팟캐스트 플레이어 UI에 그대로 살려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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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라는 녹음된 파일을 재생하는 어플리케이션 UI 의 구성에 있어 릴테이프 레코더를 하나의 메타포로 정의하고 재생, 정지, 빨리감기, 되감기 등의 동작과 작동시의 메커니즘마저 아주 디테일하게 살려 사용자는 디지털 파일을 듣지만 마치 현실세계에서 기기를 동작시켜 듣는 듯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릴테이프 레코더의 구조나 동작방식은 해당 제품만의 것은 아니지만 버튼의 디테일마저 유사한 이러한 구성은 현재의 아이폰 UI, UX가 스큐어 몰프(Skeuomorph) 에 기반을 두고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예시에서뿐만 아니라 스큐어 몰프(Skeuomorph) 을 근간으로 하는 아이폰UI 의 방향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iOS Human Interface Guidelines 의 아이콘 관련 내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Portray real substances accurately. Icons that represent real objects should also look as though they are made of real materials and have real mass. Realistic icons accurately replicate the characteristics of substances such as fabric, glass, paper, and metal, and convey an object’s weight and feel.”
“실제 사물처럼 정확하게 묘사하라. 실제 사물처럼 보이는 아이콘은 실제의 재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여야 하고 또한 실제 부피가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현실감 나는 아이콘은 천,유리,종이, 금속과 같은 사물의 특징이 세세히 모사되어야 한다.”


이처럼 아이폰의 UI 는 현실의 세계에 존재하고, 명확하고 쉽게 사람들이 인지 할 수 있는, 추가적으로 미적인 아름다움을 더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애플의 UI 가 보여주는 스큐어몰피즘의 바탕에는 어떠한 관점이 있을까? 해당 물음에 대한 답 역시Human Interface Principles 에서 찾아볼 수 있다.

“When virtual objects and actions in an application are metaphors for objects and actions in the real world, users quickly grasp how to use the app. The classic example of a software metaphor is the folder: People put things in folders in the real world, so they immediately understand the idea of putting files into folders on a computer.”
“어플리케이션에서의 가상의 물체와 액션이 현실세계의 물체와 액션을 바탕으로 제공될때 사용자는 재빨리 어떻게 앱을 사용할지 알아채게 된다. 소프트웨어의 메타포 중 가장 오래된 예가 폴더일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 사람들은 폴더안에 뭔가를 집어 넣는다. 따라서, 컴퓨터의 폴더에 파일을 넣는다는 개념을 즉각적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3. 스큐어 몰픽과 관련된 쟁점

휴먼 인터페이스에 있어 은유(메타포)는 사용자와 컴퓨팅 디바이스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되어 중요한 방법적인 접근이다. 애플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를 다루는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메타포를 사용하는 방식에는 찬반이 있어 보인다.
사용자가 인식하는 물체와 액션은 실제 현실에 바탕으로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 물건을 닮은 아이콘이나 형태를 메타포로 하여 인터페이스로 제공 할 경우 사용자는 쉽게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장” 이라는 인터페이스로 은유되는 디스켓 아이콘은 굳이 “저장하기” 라는 텍스트가 존재 하지 않아도 쉽게 사용자가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즉, 현재 컴퓨팅 환경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는 일반적으로(문화, 인종, 성별, 교육 정도 등) 이해 가능한 현실세계에서의 “원형”을 바탕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형”에 기반을 둔 메타포는 한정적이고 유한할 수 있다. 앞서 그림4에서 본 것처럼 팟캐스트 플레이어의 메타포로 사용된 릴테이프 레코더의 경우 디자인의 완성도면에서는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제품에 대한 이미지나 형태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은유에 대하여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것이고 이러한 은유의 사용은 앞으로 10~20년 후의 사용자들에게는 인터페이스의 메타포로 받아 들여지기 힘들 것이다. 또한, 기존에 존재 하지 않았던 서비스 (혹은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가 만들어졌을때 과연 사용자들에게 어떠한 은유로 인터페이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제한성이 있다는 점에서 스큐어몰피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4. 스콧 폴스톨과 아이폰의 UI

이와 같은 스큐어 몰피즘을 바탕으로 한 iOS의 UI 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고, 한편으로 이로 인해 사임에까지 이른 스콧 폴스톨은 어떤 사람일까? 공개된 애플의 임원정보에 따르면 스콧 폴스톨은 1997년 애플에 합류하여Mac OS X 와 Aqua 유저 인터페이스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후 Mac OS 개발 책임을 맡아 왔다. iOS 수석 부사장을 지내면서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 어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운영시스템을 책임졌었다. 전체적인 iOS 의 기초부터 사용자들이 직접 대하게 되는 UI, UX 까지 전반을 다루어 왔다. 스캇 폴스톨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심볼릭 시스템즈(Symbolic Systems)를, 그리고 동대학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를 전공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볼릭 시스템즈(Symbolic Systems)학과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전공은 컴퓨터와 사람의 인지에 중점을 두고 언어학, 철학,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을 바탕으로 인지과학, 인공지능, 휴먼-컴퓨터 인터렉션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봤을 때 스콧 폴스톨은 시스템 개발과 iOS 개발에 아주 적합한 인재였음에 분명하다. 특히나, 스티브 잡스가 추구하고 늘 이야기 하던 애플의 지향점과 정확히 맞는 사람이였던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스콧 폴스톨이 iOS 의 UI 에 있어 디자인에 대한 시각이 다소 정체 되어 있거나 컴퓨터 공학적인 관점에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쏠려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즉, 스콧 폴스톨의 배경을 봤을 때 앞서 이야기한 스큐어 몰프를 바탕으로 한 아이폰의 UI 를 휴먼-인터페이스 시각에서 커뮤니케이션 방법들 중에 하나의 방법론, 하나의 도구의 관점에서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발전 형식에 있어 주로 심미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UI 에 있어 일관성 있는 인터페이스의 제공, 그리고 이러한 일관성을 바탕으로 한 학습효과 인해 사용자의 접근과 경험을 유지하는 부분이 중요한 원칙인 만큼 자연스럽게 UI, UX 와 관련된 디자인의 방향성이 새로운 형식에 대한 접근 보다는 디테일과 심미성에 대한 부분으로 모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적으로만 지나치게 집중된 UI 에 대한 내부적인 반발, 의견차, 그리고 애플의 최대 미덕인 혁신에 대한 의문까지 불러 일으킨 것으로 보여진다. 대표적으로 그림 5) 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 게임보드의 녹색 펠트천을 그대로 옮긴 게임센터의 UI 와 애플 전용기인 걸프 스트림(Gulf Stream)의 의자 가죽에 있는 스티치를 디테일하게 옮긴 iCal의 UI 와 관련되어 여러 기사에서 스콧 폴스톨과 스큐어 몰피즘에 대한 불만을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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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까지 iOS를 통해 나타난 UI, UX디자인의 기본 방향, 그리고 이를 선두에서 끌어온 스콧 폴스톨까지 살펴보았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제한된 색만을 표현하던 스크린과 컴퓨팅 환경의 제한적인 성능으로 인해 흑백, 혹은 지극히 심플한 형태의 그래픽으로만 표현 가능한 시대에서 이제는 사람의 눈으로 지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와 발전된 컴퓨팅 성능으로 인해 UI, UX 디자인에 있어 심미적, 형태적인 디테일에 몰두하게 된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도 이러한 형식의 디자인에 대하여 싫은 사용자도 있겠지만 여전히 이러한 스타일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이것은 선호도의 문제일 수 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디자인 혁신의 방법이 현실의 사물을 디테일하게 표현하여 미적인 가치를 더한 인터페이스를 디스플레이에 구현하는 예전의 가치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애플 초기의 스티브 잡스는 미려한 아이콘과 같이 수준 높은 그래픽등을 사용자에게 제공하여 디자인 가치를 확대하는 혁신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연장선 상에서 스큐어몰픽을 기반으로 하는 애플의 UI, UX의 접근 방식은 이미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고, 누구나 구현 가능한 평범한 수준이 되어 버렸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가 주도하던 기존의 혁신 방법은 과거에만 유효했을 뿐 현재에는 유효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Mini jobs 라 불리고, 애플의 주요 임원 중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스티브 잡스와 거의 비슷한 업무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고, 스티브 잡스와 똑같은 차를 몰고 다니던 스콧 폴스톨이 사임을 하게 된 배경에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의 뛰어난 업적과 혁신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있어서만큼은 과거 스티브 잡스로부터 시작된 스큐어 몰프(Skeuomorph) 의 방향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내부적인 반발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스콧 폴스톨의 사임을 보는 관점에 있어 단순히 스큐어 몰피즘 기반의 디자인 방향이 좋고, 나쁘고, 성공했고, 실패했고 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디자인의 혁신 가치가 예전의 방식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왔다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짐작된다. 과거의 혁신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다가 많은 기업들이 퇴보하고, 결국은 사라지고 마는 위험을 지금의 애플이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애플의 혁신 방식(혹은 발전의 방식)의 본질은 스티브 잡스의 방식을 답습하거나 기존의 전통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닌 기존과는 다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제품,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폰의 디자인의 기반인 스큐어 몰피즘과 이를 이끈 스콧 폴스톨의 사임은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출처 : 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