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의 수 많은 순간들. 그 순간 순간의 장면 속에서 어떠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구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일상의 모든 순간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중 디자이너는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이다. 모두가 지나치는 평범한 순간 속에서 탐색 되는 특별한 발견, 그것만으로도 디자이너에겐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는 매니페스토 디자인 랩의 수저 디자인 ‘Hoverware’처럼 말이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매니페스토 디자인 랩

001.jpg

 

가족 혹은 회사 동료들과 모인 식사 자리에는 으레 벌어지는 풍경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한 가지를 꼽자면 식사가 나오기 전 테이블 위에 냅킨을 깔아두고 수저를 옮기는 모습을 들 수 있는데, 수저와 테이블의 직접 접촉을 허용치 않는 이러한 행위는 ‘위생'이라는 이유로 마치 하나의 식사 에티켓처럼 당연스럽게 여겨져 왔다. 그런데 자연스럽게만 보이는 이런 모습에 매니페스토 디자인 랩(Manifesto Design Lab) 건축가들은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버려지는 냅킨들이 낭비와 쓰레기 양산의 한 장면으로 보였던 것이다.

위생의 문제로 수저와 테이블의 접촉이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냅킨이라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매니페스토 디자인 랩이 꺼낸 아이디어는 복잡하지 않았다. 그들이 선보인 수저 디자인, ‘Hoverware’는 음식이 닿는 부분과 테이블이 자동적으로 멀어질 수 있도록 수저에 받침대를 두었을 뿐이었다. 대나무 단면에서 형태적 모티브를 가져온 이 단순하고 명료한 아이디어는 냅킨이 없이도 충분히 위생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뿐더러, 나이프 사용과 같이 사용자의 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는 받침대가 힘의 전달을 보다 편안하게 도와줄 수도 있다. 스틸과 나무, 두 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Hoverware’는 레드닷디자인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2013 제품 부문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002.jpg

 

출처: 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