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
이번 주제는 우리나라의 ‘디자인 정책의 현실’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이 정책으로 언급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이번 강의에서는 디자인 정책의 역사와 필요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우리나라 디자인 정책의 발전과정과 현 정책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사 |이경돈(신구대학교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정리 | 전누리
정책이란 국가 또는 정부자치단체가 공익을 위한 행동방안을 정하고 이를 규율과 조례를 통해 국가 운영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먼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그림을 한 번 보겠습니다.
<그림 1>은 우리가 흔히 보는 ‘엘리베이터 픽토그램(pictogram)’입니다. 위 사진에는 ‘손대지 마시오.’, ‘기대지 마시오.’ 라는 문장과 그림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픽토그램은 대중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간단한 그림으로 사인을 보내 행동을 요하는 신호입니다. 따라서 픽토그램만 보고도 의미를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림 옆에 굳이 문장을 쓸 거면 왜 픽토그램을 사용했을까요? 그림을 보고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어 글씨를 함께 적어놓았다는 것은 픽토그램의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디자인 교육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그림 그리는 기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사회적 의미와 쓰임을 시각 형식으로 담아 전달하는 매체라고 이해했다면 이러한 오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손대지 마시오.’, ‘기대지 마시오’, 그림에 사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노란 바탕색 그림은 ‘떨어지지 마시오.’라는 뜻일까요. 의미 전달이 잘못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당연히 기대지 말고 손대지 말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작은 픽토그램에서 우리는 디자인 교육의 현실을 알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디자인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현실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서울시는 도시 계획 중 건축법에만 포함되어 있는 경관법을 디자인 정책으로 포함시켜 간판관리법, 건축법, 토목도시계획법을 공동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이 있는 쪽은 강이 보이도록 설계하고, 건물로 산을 가리지 않는 설계를 고려하며 도시 계획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철도, 고속도로, 아파트 등을 건설할 때에도 녹지대를 배치하고, 건물을 디자인 할 때도 주변 건물들과 어울리게 디자인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도시들은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어 베를린의 상징은 곰입니다. ‘아이러브 뉴욕’ 표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은 고유의 서체와 색, 도시의 상징(emblem)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서울의 색채, 서체, 엠블럼인 해치를 만들어 서울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에서는 스타일만이 아니라 기능도 함께 생각하며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호등 체계를 개선하여 신호등의 개수를 줄이고 통합하여 하나로 집중 배치하였죠. 신호등이 줄어드니 기둥도 줄어 서울 거리가 한결 간결하게 정리되고 편리해졌습니다.
환경미화원 옷도 과거보다 가격이 1.5배 비싸지만 움직이기 편하고, 계절 변화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또한 자동차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색채도 고려되었죠. 그 밖에 공중화장실, 쓰레기 소각장, 시장 등도 디자인 정책에 포함하여 정비했습니다.
서울시는 2007년 ~ 2008년부터 디자인관련 사업을 시작했고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되었습니다. ‘세계디자인수도’는 시범 도시인 이탈리아의 토리노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서울, 2012년 헬싱키, 2014년에는 아프리카 케이에프타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세계디자인 수도 선정은 세계에서 서울시가 디자인정책을 통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 10대 디자인 창의도시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이처럼 서울은 세계 10대 도시에 들어가는 선진국으로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포함하여 디자인과 관련된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 디자인 정책 활동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영국이 디자인 법을 만들고 디자인 박물관(Design Museum)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조선시대였습니다. 미국에서 가난한 예술가를 살리기 위해 건물 앞에 미술작품을 두는 예술 정책을 시행했을 때 우리나라는 전쟁이 끝나고 조금 지난 후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는 이미 다른 나라의 디자인 정책을 따라 잡았고 디자인을 국가 프로젝트에 포함시킨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훌륭하게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 디자인정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