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
- 서울 학동에 위치한 이노디자인 서울 사무실.
- 김영세의 디자인은 실시간으로 서울 스튜디오로 전달된다.
김영세에게 게임 그래픽 디자인은 낯선 분야다. 게임 뿐 아니라 음악과 동영상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차세대 비디온 게임기의 기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김영세를 필요로 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비디오게임기 X박스는 그래픽은 뛰어나지만 게임 조작 기능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기기 디자인에서 사용자 입장의 편리성을 강조해 온 김영세. 디자이너들은 회의 내내 김영세의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하고 있었다. - 마이크로소프트 비디오게임의 조작 기능 개선에 김영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다. 라이언 윌커슨 (마이크로 소프트 게임디자이너) "제품 디자인과 게임 디자인 과정은 평행선을 걷는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모두 같은 도전 과제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략적인 협력을 기대해 본다." 이노 디자인의 시작 그가 새로운 영역들을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영세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뛰어드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로 진출했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 그의 꿈은 본래 교직에 있었다. 그리고 84년 산업디자인의 명문, 일리노이 대학의 교수로 임명된다. 그가 품었던 아메리칸드림은 이미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겠다는 열망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 교직생활 2년 만에 그는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1986년 실리콘밸리는 세계의 자금과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김영세는 그 한복판으로 뛰어 든다. 월세 3천 달러짜리 사무실에 달랑 제자 한 명을 데리고 시작한 사업.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명멸해 가는 환경 속에서 동양인 디자이너를 눈여겨 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김영세는 혁신이란 뜻의 innovation의 앞자를 뜬 이노 로고를 들여다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 미국 스튜디오 실외에서 볼 수 있는 이노디자인 로고 그는 고객이 찾아오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았다. 처음 그가 한 일은 골프를 치던 중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상품화하는 것이었다. 골프 여행 중 화물칸에 실었던 골프채가 망가지곤 했던 것. 미국 골프인구가 2천만에 이르고 그 중 4백 만이 국내외로 골프 여행을 즐긴다는 통계를 접한 김영세는 신생 디자인 회사인 이노에게 적합한 틈새 시장이라고 판단한다. 주문이 없어도 디자인을 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단단한 합성 플라스틱 수지로 골프 용품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면서도 내부 공간을 세분화해 수납공간을 일체화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 성공은 보아된 듯 했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는 생소한 분야가 많았다. 제품의 틀과 재질 선정 등의 문제로 다른 디자인은 손을 놓으채 골프용품 생산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리하여 프로텍이 탄생했으나 이번엔 판매가 문제였다. - 김영세가 디자인한 골프가방 프로텍 : 1991년 11월 영국 Design 소개 유통 부분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무 했던 탓에 완제품들은 속절없이 쌓여갔다. 투자금 반환 일자는 하루하루 김영세를 죄여 오고 있었다. 2년간 매달렸던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였다. 16세 때 처음 산업디자인의 꿈을 품은 후, 앞만 보고 달렸던 그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이노 디자인의 성공 전략 1. 디자인의 시대 : 디자인 우선주의 절박한 마음에 김영세는 미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미국 박람회마다 참가해 판매원 역할을 자처한다. 하지만 디자인만 해 온 그에게 판매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미국 플라스틱 회사인 블렘버 회사 사장의 한마디가 김영세의 인생을 바꾸게 되었다. "당신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전력을 투구해야 할 것이다. 상품 하나에 그렇게 매달리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언제 다 써먹겠느냐?"
블렘버와의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라이텍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2백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통해 회사도 안정적인 구도에 들어서게 된다. 디자인계의 아카데미 상이라 불리는 IDEA 상을 수상했다. 비즈니스 위크에 올해의 상품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디자인의 상업성도 인정받기 시작한다.
필 그레이 (영국 디자인 컨설팅 회사 대표) "비즈니스 위크지 같은 유력 매체에서 김영세의 디자인을 10대 상품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디자인이 회사를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은 회사의 가치를 높여주고 새로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주며 기술까지도 발전시킬 수 있다. 디자인이 비즈니스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디자인이 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잇었다. 1997년 경영난을 겪던 애플사는 산업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기용하면서 기사회생 했다. 또한 자동차 회사인 BMW는 크리스 뱅글을 영입해 디자인 재편에 들어간다. 디자인 우선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 : 애플사 디자이너 영국 출신의 산업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사에 기용된 후 매킨토시 아이맥과 아이팟 등의 디자인으로 회사를 일으켜 세운다. 애플은 최근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폰(휴대전화) 출시로 파란을 일으켰다.
- 아이리버 이전의 MP3들은 부품 배열상 직육면체 모양의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 아이리버 프리즘 MP3 제품 디자인 구상 (재연 장면) 그의 손 끝에서 납작한 사각형의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한 새로운 모양의 MP3 플레이어가 탄생했다.
- 프리즘 MP3 플레이어 디자인 스케치 그러나 평면 스케치에 만족할 수 없었다. 서둘러 입체 모형을 만드는 목업(mock-up) 작업이 이뤄졌다. 목업이란 소리만 나지 않을 뿐 버튼작동과 컬러까지 실물과 똒같이 만들어진 모형이다. 생산자에게 사이즈와 미세한 곡선 차이까지도 함부로 손댈 수 없도록 제품 디자인에 대한 절대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 Mock-up 작업. 실물 모형을 만든다. 김영세는 이미 히트를 예감했다. 손에 쥐는 느낌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있는 만큼, 디자인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커졌다. "디자인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깊은 생각이 있었고, 보통 디자인 회사라고 하면 어떤 기업에게서 의뢰를 받아서 그것을 대신 해주는 역할만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이 뭔가 휘둘리는 것으로만 보여서..." 김영세는 제품 모형을 검정색 상자에 넣었다. 이른바 블랙박스의 탄생이었다. 블랙박스 안에 든 모형 그대로 시장에 나와야 한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상징하는 것이였다. 디자인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뜻을 표명한 프리즘 MP3. 김영세 : "엄청난 열정이 들어가 있는 이노디자인의 열정과 땀. 이것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 이런것이 바로 Value 아니겠습니까?" 양덕준 레인콤 대표 : "작은 상자를 주길래 선물 주는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까 새로운 디자인의 랜더링이 들어있더라고요." 레인콤은 모형만을 가지고 미국으로 날아간다. 베스트바이 와의 계약이 김영셰의 디자인에 달려 있었다. 레인콤으로서는 사활을 건 모험이었다. 그리고 프리즘 모양의 MP3 플레이어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순간,
양덕준 레인콤 대표 "멋지다. 액설런트하다, 그런 반응이었습니다." 민경우 명지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삼각형 프리즘 모양의 MP3는 손에 쥐기도 쉽고, 세워놨을 때 서있을 수 있어요. 기존의 납작한 형태를 삼각기둥 형태로 바꿔준 것이 모양만의 변형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준 거죠" 하지만 낯선 부품 배열 방식, 게다가 디자인이 최우선되는 생산방식에 반발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형에 한번 눈길을 뺏긴 경영진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양덕준 레인콤 대표: "이걸 열면 아주 작은 면 하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부품을 다 넣으라는 그런 주문이었는데요, 디자인을 봤을 때는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디자인도 나올 수가 있구나. 정말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만들지가 조금 황당했죠" 디자인이 우선. 거기에 기술을 맞춰야 히트 상품이 나온다는 경영진의 발상 전환으로 삼각기둥 아이리버는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레인콤이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제품을 만든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연매출 5천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아직까지도 벤처 업계의 신화로 회자되고 있다. 김영세가 산업디자인계의 마이더스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 시점이기도 했다. "이 MP3가 레인콤의 급속성장과 제 이노디자인 회사 성장 모두를 이끌어내서 저에게는 굉장히 애착이 가는 제품입니다." 5. 성공사례 : 디자인에 국제적인 감각을 <애니콜> 유럽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던 삼성 애니콜. 유럽의 시장조사를 하던 이노디자인의 디자이너들의 눈에 유럽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바 타입의 휴대폰이 들어왔다. 수출상품에는 빠져 있었던 것. 이노 디자인은 국내의 유행보다는 유럽에 맞춰 디자인을 한다. 고급형 틈새 시장을 공략한 이 휴대폰은 이내 1조원 신화를 이루어낸다.
6. 첨단기술을 잘 아는 디자이너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미래 기술을 예측해 블랙박스에 담기란 어려운 일이다. 김영세는 기존에 나와있는 상품을 조사하는 대신, 첨단 부품 회사를 찾는다.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된 MP3의 핵심 부품을 만들어낸 시냅틱스. 첨단 기술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도 경이로운 성능을 가진 부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전세계 노트북의 50%가 시냅틱스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시냅틱스사 역시 신기술이 나오면 김영세를 찾는다. 신기술을 어떤 제품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가장 잘 알아내는 산업디자이너로 그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 시냅틱스 부사장과 대화중인 김영세 그는 이렇게 최첨단 기술을 가장 먼저 접하는 산업디자이너다. 클라크 포이 (시냅틱스 마케팅 부사장) 2005년 빌게이츠가 미래를 열어제치는 제품으로 극찬한 아이리버는 그렇게 탄생했다.
-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 : 전지현이 나오는 매력적인 TV 광고로도 유명하다.
- 슬라이딩 식으로 열리는 뚜껑. 열어서 내용물이 드러나지 않아도, 거울을 볼 수 있고,
9. 블랙박스 : 디자인 우선주의의 상징 한달에도 수십차례 있는 고객 회사와의 미팅. 그는 여전히 블랙박스를 준비한다. 보안을 뜻하는 블랙박스가 그에게는 계약서와 교환하는 성공의 박스가 된 것이다. 김영세, 그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디자이너라고 폄하한다. "웃기는 사람 있어요. 디자인을 해서 클라이언트한테 보고 결정하라고 던지는 건, 그건 바보 아냐? 디자인을 막 여러개를 구비해놓고 클라이언트한테 뽑으라고 한단 말야. 말도 안되잖아."
10. 디자인 실명제 - 디자이너의 이름 새기기
- 이노디자인 로고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