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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싫어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독일 작가 에바 헬러의 책 ‘색의 유혹’은 46%의 남성과 44%의 여성이 블루를 좋아하며 1%의 남성과 2%의 여성만이 블루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 블루의 매력은 무엇일까.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긍정의 색, 보수의 색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색, 블루. 블루는 푸르고 파랗다. 파란 것에는 하늘, 물 등 수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우리말에는 특히 그러한 표현이 풍부하다, 추상적이지만 푸름을 표현하는 말. 파랗다. 퍼렇다. 시퍼렇다, 시퍼러죽죽하다, 새파랗다. 푸르스름하다. 푸르다. 푸르스레하다, 검푸르다 등이 모두 ‘파란’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말에 푸름의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가 많다면 영어에서는 수많은 단어가 블루의 종류를 구분하고 있다. 인디고블루, 울트라마린, 코발트블루, 터키블루, 잉키블루, 딥블루, 스카이블루 등 블루의 종류만 해도 무려 111가지다.
블루는 푸른색이 전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처럼 밝은 미래와 희망, 젊음, 평화 등을 상징한다. 신뢰감과 전문성, 안정감을 주는 블루는 기업의 CI에도 많이 활용되며 불경기에 가장 어필하는 색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글로벌 베스트 브랜드’에 꼽힌 100개의 기업 중에서 블루로 이루어진 CI를 가닌 기업은 무려 33개였다. 러시아에서는 부드러운 사람을 일컫기 위해 ‘파란 성격’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여성에게 ‘blue’를 사용하는 것은 ‘학식이 있는, 인텔리의, 대단한, 엄청난, 귀족의, 고귀한’이라는 뜻을 전하기 위함이며 ‘Blue Blooded’는 귀족을 뜻하고 ‘True Blue’는 충실을 뜻한다.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 때문에 블루는 딱딱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검열을 상징하는 말로 ‘파란연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보수당이라는 의미로 ‘blue’를 사용하기도 하며 도덕적으로 엄격한 딱딱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비감이 주는 우울감
블루는 감정을 표현하기위해서도 쓰인다. 많은 사람들이 블루에 끌리는 것은 ‘신비감’ 때문이다. 블루의 신비감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람을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그 묘한 느낌이 때론 우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blue’라는 단어에는 ‘찬, 창백한, 검푸른, 우울한, 비관적인, 불경한, 음란한’이라는 뜻 외에 ‘우유가 썩은’이라는 의미도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블루스(Blues)는 템포가 느리고 그리움을 담은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다. ‘Blue Monday’는 여성의 생리일을, ‘A Bolt the Blue’는 청천벽력(靑天霹靂)을 뜻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Blue Devils’이라 표현하고 진급을 하지 못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파란 편지’라 말하고, 포르노 영화를 ‘파란 영화’로, 음담패설을 ‘파란 농담’으로, 상스러운 사람의 언어를 ‘파란 언어’라 말하는 것은 모두 블루가 지닌 부정적인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블루는 가난한 사람들의 색이었다. ‘블루컬러’가 노동자층을 뜻하는 것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그림에서도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천한 신분, 교양 없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블루, 다시 높은 지위의 컬러로
블루의 의미는 피에타상의 성모가 입은 블루를 통해 변화되었다. 사제와 왕이 블루를 입으면서 블루는 권위를 회복했고 성스러움을 의미하게 됐다. 고급스러운 블루의 느낌은 티파니에서도 찾을 수 있다. 1837년 문을 연 티파니는 보석을 제외한 모든 디자인에 블루를 적용시켰고 그 블루는 모든 여성이 갈망하는 컬러가 됐다.
흔히 블루는 남아의 색상으로 여겨지지만 과거에는 지금과 반대로 여아의 컬러였다고 한다. 하늘의 보호를 받게 하기 위해 여아에게 블루를 입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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