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대세였던 20세기가 지나 21세기가 되니 ‘디지로그’가 대세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인 ‘디지로그’는 이제 사회 전 분야로 퍼져 있다.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결합한 이 용어는 디지털 사이니지와 인터랙티브 미디어로 변화하고 있는 사인업계에도 결합 중이다.

글 | 박희정(광진구청 도시디자인과)

 

 

생활에서 쉽게 찾을 정도로 디지로그가 유행되고 있어
‘띵똥! 나 독고진이야~’라는 유행어를 낳은 화제 드라마에 나왔던 스마트폰 케이스를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독고진의 소속사 대표였던 여배우가 통화하던 커다란 핑크색 전화기를 보고 필자는 무선전화기쯤 되는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마트폰 케이스였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한 생활과 편리함을 주지만 정작 장시간 통화를 하기에는 구조가 불편했는데 TV에 등장한 스마트폰 케이스는 손 안에 딱 잡히는데다 책상에 두면 어디 있는지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시인성이 뛰어난 디자인이었다. 이 스마트폰 케이스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제품 생산을 고려한 것은 아니고 장시간 통화가 불편한 스마트폰을 편리하게 사용하고자 스티로폼을 대충 깎아서 만들었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좋아해 제품으로 생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첨단 스마트폰에 구형 전화기 모양의 케이스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잘 팔리는 디자인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케이스의 편의성과 시인성 뒤에는 ‘디지로그(Digilog)’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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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되는 용어의 결합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재탄생
디지로그(Digilog)는 서로 다른 두 개념을 결합시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혼성어(Portmanteau)로서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라는 상대되는 개념을 결합한 용어이다. 디지털은 손가락의 폭으로 길이 혹은 단위를 특정하거나 숫자를 꼽아서 계수화는 ‘Digitus finger'의 어원으로 디지털은 손가락의 폭 만큼의 넓이를 기본단위로 하여 0과 1의 조합으로 0과 1사이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이진법을 약속체계로 하며 문자, 영상, 음성 등을 공통으로 기억함으로써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한적으로 반복해내고 손쉽게 전송하도록 한다.

아날로그(Analog, Analogue)는 라틴어의 ‘analogusmos'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전압이나 전류처럼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을 이용하여 측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로그는 주파수 변환 과정인 디지털-아날로그로 설명되는 단편적인 기술용어로 이미 1960년대 미국에서 사용된 적도 있지만 현대에서는 정보문화의 신개념으로 이어령 교수가 2006년부터 “디지로그의 시대가 온다”라는 중앙일보 신년 연재에 에세이를 게재하면서 사회문화의 개념으로서 디지로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럼 사회문화의 개념으로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인문학적 관점에서는 디지털은 문명으로 아날로그를 문화로 보고 디지털을 가상(imagine)으로 아날로그를 실제물질(Material)로 본다면 사회적 용어로서는 ‘디지털 세계’를 전자적 장비로 만들어진 ‘전자세계’ 또는 ‘가상(Cyber)세계’를 가리키고 아날로그는 정, 향수, 복고 등의 의미와 유사한 개념으로 ‘아날로그 세계’는 ‘실제 세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듯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상반된 개념을 내포하며 이분법적이지만 이런 상반되는 두 가지의 특성을 살려 인간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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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의 사용으로 다양한 제품이 더욱 풍성해진 서비스 제공
20세기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 하나만을 선택해 극단화 해 왔지만 21세기에는 극단이 아닌 상호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사회에서도 아날로그적 사고는 여전히 필요한 요소이며 특히 사람들은 손으로 만져지고 손때나 시간의 흔적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속성이 있는데 이것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서 디지털 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해 줄것이며, 이러한 기대감은 디지로그 디자인의 수요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디지로그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닌텐도 위(Wii)’로 ‘Wii’에서 ‘ii’는 사람 둘을 뜻하며 센서 바(Bar)를 이용해 실제로 골프를 치고, 복싱을 하며 몸 전체의 움직임을 이용하는 즉, 아날로그 움직임을 디지털게임에 접목시킨 대표적인 디지로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필름을 돌리고 셔터 소리가 울리도록 하는 것 역시 아날로그 감각을 살린 디지로그 상품이다.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서 실명위주의 정책을 들고 나온 페이스 북은 아날로그의 인간관계를 그대로 사이버 사회와 접합시키므로써 모든 인간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소통의 욕구를 충족 시켰다.

디지로그는 기술중심시대에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접목하는 것으로 인간, 대상, 행위 사이의 접점인 ‘인터페이스’ 즉 인간(아날로그)과 컴퓨터(디지털)가 만나는 접속 부분의 균형점을 찾아서, 인간의 작업 목적에 맞는 행위 유발 요소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은 이러한 인터페이스를 가장 잘 실현한 사례로서 손가락 끝으로 모든 기능을 작동시키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성하여 특별한 사용법을 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은 디지털 기술과 감성에 근거한 아날로그적 요소가 결합된 디지로그가 될 때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인업계에서도 획기적인 디지로그 제품을 기대
디지털사이니지와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대세인 사인업계에서는 어떤 디지로그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디지털사이니지는 시계나 날씨 등이 디지털화된 숫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시침분침이 돌아가는 시계의 아날로그적 표현으로 날씨는 감성적인 그림 등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터랙티브 미디어는 직관적이고 누구나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것 정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사인에서의 디지로그는 필자의 생각을 넘어 상상 그 이상의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출처 : 디자인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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